작년 연말 추운 날에 제목에서 오는 따듯함에 읽은 책으로 조용한 문장으로 마음을 건드려 왔다. 크게 흔들다기 보다는 잔잔하지만 여운이 오래 남는 책이었다. 약간 다 읽고 나서도 그 여운을 오래 가져가고 싶은 마음이 들었달까. 특히 가족과 연관된 이야기는 절절하진 않지만 훌쩍거리면서 읽었던 기억이 있다.
몇몇 기억에 남는 이야기의 구절이랑, 내가 이런 부분을 신경써서 보았구나 하는 차원에서 부분부분을 가져와 봐야지. 순서대로.
가장 기억에 남는 이야기 중에 하나는 '여전히 당신을 염려하오' 였는데 진짜 사랑의 형태는 어떤 모습일까에 대해 이야기 해주는 편이었다. 추돌 사고가 난 노부부의 당시 상황이 나오는데, 운전자인 할아버지는 상대방 운전자와 이야기 한 후에 차의 상태를 확인하기보다 조수석으로 급히 달려갔다. 자신이 가장 사랑하는 사람의 안전과 진정을 위해.
여전히 당신을 염려하오.
내 기억 속에 선명하게 각인된 건 그다음 장면이다. 어 르신이 내린 차량의 뒷좌석에서 작은 체구의 할머니가 몸 을 웅크린 채 파르르 떨고 있었다. 잠시 뒤 어르신은 문을 열어젓힌 다음 두 팔을 벌려 할머니를 살포시 안았다. 그 모습은 마치 "세월이 흘렀지만 난 여전허 당신을 염 려하오"라고 온몸으로 말하는 것처럼 보였다. (36p)
난 무릎을 탁 쳤다. 그래. 할아버지가 그랬듯, 상대를 자신의 일부로 여길 수 있는지 여부가, 진실한 사랑과 유사사랑을 구분하는 기준이 될지도 몰라.
37p)
나이에 대한 이야기도 인상 깊었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말이 얼마나 얄팍한지. 나이를 결정하는 것은 시간만이 아니라 감정, 생각, 상상력, 두려움을 밀어내는 용기 같은 것들이 뒤섞인 뜨거운 용광로라는 말에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어머니와 자식관의 관계에 대한 이야기도 많았는데, 다음 이야기에서는 마음이 많이 좀 멈추었달까. 40대 중반의 장애를 가진 아들과 해가뜨나 비가오나 산책을 나가던 모자지간의 에피소드였다. 병으로 삶이 얼마 남지 않은 어머니는 세상에 혼자 서야 할 다리가 많이 불편한 아들을 위해 걷는 연습을 시킨 것이다. 장애를 가진것도 자기탓이라 생각하면서. 가족중에서도 어머니와 자식간의 관계는 좀 더 특별한 것 같다. 아낌없이 주는 어머니라는 존재들을 과연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 까 하는 생각이 드는 찰나에 다음과 같은 문구가 답을 찾아준 것 같았다.
모자가 산책을 나가던 까닭
어머니와 자식의 만남은 단순한 생물학적 조우페일리 없다. 어쩌면 어머니란 존재는 험난한 과정을 거쳐 세상 밖으로 나온 우리에게, 신이 선사하는 첫 번째 기적인지도 모른다.(216p)
그리고 어느 에피소드인지는 모르겠는데 생각과 고민이 많은 나에게 뼈때리는 글귀도 있었다. 길을 잃어봐야 한다는 표현이 너무 공감되었다. 한창 길을 잃었다고 생각했던 때가 있었는데, 지금 무엇을 해야할지 몰라서. 회사도 잘 다니고 무탈함에도 불구하나 항상 채워지지 않는 마음이 한켠에 남아 있었는데 사실은 길을 잃은 것이 아니라, 많이 걸어보질 못했던 것이다. 하는 반성을 하게 해준 문장이다.
'세월이 흐른 뒤 어럼뜻하게 깨달았어요. 아니 겨우 짐 작합니다. 길을 읽어봐야 자신만의 지도를 그릴 수 있다는 것을 그리고 진짜 길을 잃은 것과 잠시 길을 잊은 것은 다를 수도 있다는 것을."
멈춤의 필요성과 때로는 슬픔을 위해 필요한 시간들. 항상 무언갈 해야한다는 압박감이 있을 것이다. 뒤쳐지면 안되고, 노는 것도 열심히, 쉬는 것도 열심히 한다. 그럼에도 계속 채워지지 않은 무언가가 스멀스멀 올라온다. 슬픔 경험들도 빨리 극복하기 위해 노력한다. 하지만 이런 노력들은 결국 해결되지 않고 덮어두는 임시 방편 같다. 아래 이야기들 처럼 때로는 멈춰서 보기도 해야하고, 감정을 온전히 받아들이는 시간이 필요한 것 같다. 누가 쫒아 오는 것도 아닌데 섣불리 극복하지 말고 충분한 시간을 줘야 한다.
제주도가 알려준 것들
종종 공백이란게 필요하다. 정말 이건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들 떄, 무언가 소중한걸 잊고 산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을때, 우리는 마침표 대신 쉼표르 찍어야 한다.
삶은 간단하지 않다. 어디 한군데 온전한 것이 없는날 이 있다. 술품을 극복하기는커녕 제 몸뚱이조차 추스르지 못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슬픔은 떨칠 수 없는 그림자다. 목숨을 다해 벗어나려 해씨보지만 마음대로 될 리가 없다. 그저 슬픔의 유효기간 이 저마다 다를 뿐. 누군가에게는 잠깐 머물러 있고 누군 가에게는 꽤 오래 달라붙어 괴롭힌다. 시인의 말처럼 우린 종종 슬픔에 무릎을 끓는다. 그건 패배를 의미하지 않는다. 잠시 고개를 조아려 내 슬픔을, 내 감정의 민낮을 들여다보는 과정일 터다. 그러니 섣불리, 설고 어설프게 슬품을 극복할 필요는 없 다. 겨우 그것 때문에 슬퍼하느냐고, 고작 그런 일로 좌절 하느냐고 누군가 혼들더라도, 너부 쉽게 솔품의 길목에서 벗어나지 말자. 차라리 슬퍼할 수 있을 매 마음에 흡족하도록 고뇌하고 울고 떠들고 노여워하자, 슬품이라는 흐릿한 거울은 기쁨 이라는 투명한 유리보다 '나'불 솔직하게 비취준다. 때론 그걸 옹시해봄 직하다.
많은 글귀가 있었는데, 읽은지 몇개월 되어서 다 가져 오지 못했다. 이건 그냥 이 문장들에 머물러 있었구나 하는 기록. 언어의 온도는 조용하지만 분명한 온도로 오래 남을 책이었다. 다음에 읽을 작가님의 책이 또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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