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무엇을 가져도(물질이던 정신적인 요소이던) 채워지지 않던 마음에서 시작해 “굳이 정답을 붙잡지 않아도 된다”는 태도로 나를 데려간다. 불교의 길을 걸으셨던, 마지막엔 환속을 하신 작가님께서는 다음과 같은 마음으로 불교를 찾았었던것 같다. 책의 첫 장이 『 가만히 있어도 불편한 삶』 이다. 아! 이거다 싶은 챕터 였는데, 나를 포함한 동료직장인들, 넓게는 우리 모두가 갖고 있는 '요즘의 마음의 상태가 아닌가.
작가님은 명문대 재경과를 졸업하고, 빠른 나이에 유럽 대기업에서 임원으로 지냈다. 하지만 그도 스스로 그리고 외부에서도 철저히 '괜찮은척, 잘아는척'을 했다고 한다. 조직 생활을 하다보면 가끔 아니 굉장히 빈번하게 다들 연극을 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가끔은 '정말 저렇게 생각한다고? 제정신인가? 내가 이상한건가?' 라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 때로는 드라마 대본같이 말도 안되는 이야기를 하고, 그게 당연하다는 듯이 말이다. 이럴 때마다 다들 겉으로는 멀쩡해 보여도 메신져는 불이 나기 마련이다.
저는 여전히 속내를 숨기고 재무 관리에 관심이 있는 척했습니다. 우리는 무언가에 진심이 아니더라도 열심히 흉내를 내면 생각보다 무척 오래 버틸 수 있거든요. 하지만 자제력만으로는 더는 해낼 수 없는, 아니 해내고 싶지 않은 날이 옵니다. ... 제 경우에는, 일하러 나가려고 빈틈없이 차려입고 반짝거리는 서류 가방을 집어 들면 마치 연극에 출연하려고 분장한 것 같았습니다. (23, 24p)
이런 반복적인 삶에서 작가님 역시 '어떻게 하면 이런 기분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피웠던 것 같다. 그렇게 작가는 자연스레 불교적인 삶에 귀의 하게 된다. 태국의 불교 사원에서 스님은 사람들을 제 기준에 판단하지 않는것, 있는 그대로 바라보는 법, 옳다는 것이 핵심이 아니라는 것을 배운다. 바로 '내가 틀릴 수도 있다는 것' 말이다. 또한 생각 즉 판단에 빠지지 않도록 바라보는 법을 알려 준다. 책에서는 생각 즉 집착하지 않고 지혜로운 삶의 방식을 알려준다.
우리의 막연한 관념과 의지대로 삶이 이루어지리라고 기대하지 않는 것이 지혜의 시작입니다. 우리가 극히 무지하다는 것을 이해할 때, 지혜가 싹틉니다. 134p
우리가 집착하며 좀처럼 놓지 못하는 어떤 '생각'이 불행감을 초래하는 겁니다. 그런 생각은 대체로 그 자체로 보면 꽤 합리적이고 그럴싸합니다. 누군가가 뭘 '했어야 했다'라는 식이죠. 151p
주변을 바라 보면 자기 생각에 지나치게 갇혀서 스스로를 가두는 사람이 종종 보인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최선을 다하되, 바꿀 수 없는 일은 때로는 받아들이고 놓을 필요가 있는데 '이래야만 한다'라는 생각이 갇히거나, 주변 상황이 나의 통제대로 흘러가지 않으면 굉장한 불안과 스트레스를 받는 동료, 친구들이 있다. 그러나 우리의 모든일은 생각보다 많은 일들이 합리적이거나, 이성적인 방향으로 흘러가지 않는다. 오히려 반대의 경우가 더 일상적으로 발생한다. 그래서 인지 아래 문장은 더욱 크게 와닿았다.
저는 여러분이 손을 조금 덜 세게 쥐고 더 활짝 편 상태로 살 수 있기를 바랍니다. 조금 덜 통제하고 더 신뢰하길 바랍니다. 뭐든 다 알아야 한다는 압박을 조금 덜 느끼고, 삶을 있는 그대로 더 받아들이길 바랍니다. 그래야 우리 모두에게 훨씬 더 좋은 세상이 되니까요. 우리가 원하는 방식대로 돌아가지 않은 일을 끊임없이 걱정하면서 살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우리 자신을 원래보다 더 작고 초라하게 만들 필요 없지요. 우리가 선택할 수 있습니다. 목을 옥죄며 살 것입니까, 아니면 넓은 마음으로 인생을 포용하며 살 것입니까? 자, 쥐고 있던 주먹을 펼쳐보길 바랍니다.167, 168p
이런 삶의 태도가 이해가 가지 않을 수도 있다. 받아들이기 어려울 수도 있다. 나도 꽤나 계획형 인간이기에 예기치 못한 상황을 굉장히 어려워 하기도 하고, 의도했던 일들이 틀어졌을 때 굉장한 스트레스를 받는다. 누구나 그럴 것이다. 그러나 생각해 보면 과거에 나쁘다고 생각했던 경험들이 오랜 시간이 지나서 필요했던 경험들 이었구나 라고 생각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 또는 계획대로 잘 되어서 좋았다고 생각했던 일들이 먼 훗날 생각보다 그 선택은 좋지 않았구나 라는 생각을 할 때도 있었다. 그리고 굉장히 애쓴 어떠한 일은 잘 안될 때가 많았고, 원하지도 않았던 일은 갑자기 우리에게 다가오기도 한다.(좋은일들이 말이다.) 이런 일들을 이해하기 위한 나의 유일한 방법은 불교의 '시절인연' 개념이었다. 그 때는 인연이 아니었나 보다 하고
실제로 저는 모든 걸 통제하려 들고 있었습니다. 그럴수록 삶은 외롭고 고들프며 불안하고 초조해지는 법인데 말이지요. 삶을 좀 더 믿고 맡겨야 했습니다. 삶에서 가장 좄던 일들은 거의 대부분이 제 계획이나 노력으로 이루어 지는게 아니었습니다. 모든 것을 지시하고 예측하려 들수록 즐거움은 사라지고 더 괴로워집니다. 175p
당신이 알아야 할 때 알아야 할 것을 알게 될 것입니다. 176p
적절한 계획을 반드시 세워야 할 때 조차 아무 계획도 세우지 말라는 뜻은 더더욱 아니지요. 우리가 어쩔 수 없는 것 까지 불안해하는 대신, 결국 모든 것이 순리대로 이루어질 것을 믿으며 사는데 익숙해진다면 더 높은 차원의 자유와 지혜에 도달할 수 있다는 뜻힙니다. 미래를 통제하고 예견하려는 헛된 시도를 내려놓을 수 있다면, 그럴 용기가 있다면 기적 같은 일이 일어납니다.177p
또 이 책을 읽으면서 놀라웠던 부분은 작가님 환속을 하신 이유이다. 불교적인 삶에 익숙하고 편안한 자신의 모습을 보고 다시 또 여행을 시작할 때라고 생각이 드셨나 보다. 두번째 놀라운 부분은 환속 후 편안한 삶을 살 사실 줄 알았는데 당장 닥치는 세속적인(인간사) 문제까지. 그리고 밀려드는 두려움 우울감이 신기했다. 숲속에서 수년간 오래 수련한 스님도 인간이고 나와 다르지 않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이것은 실망이 아니다. 그 어떤 위인도 인생 앞에서 부딪히는 지점이 있다는 것을 이 책을 읽고 이해했기 때문이다. 우리의 걱정과 불안은 내가 부족해서 생긴 게 아니라 살아 있는 인간이라서 자연스럽게 생긴 것. 이기 때문에.
마지막으로 이책을 다음과 같은 분들 께 추천해 본다.
늘 정답을 찾으려 애쓰느라 생각이 많고 마음이 쉽게 지치는 사람
불안이나 걱정을 느끼는 스스로를 나약하다고 자주 몰아붙이는 사람
“이렇게까지 고민하는 내가 문제 아닐까” 하고 혼자서 자책해본 적 있는 사람
이 책은 더 나아지라고 등을 떠미는 책이 아니라, “지금 이 상태여도 괜찮다”고 잠시 어깨를 내려놓게 해주는 책인 것 같다. 생각이 많고 불안한 사람들을 위해 삶을 조금 더 힘을 빼고 살아가기 위한 지혜를 알려주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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