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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으로 힐링

차이코프스키 피아노 협주곡 1번 - 작곡배경, 의미, 추천음반(+반클라이번)

by 빛나는 카레 2023. 12.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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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이코프스키 피아노 협주곡 1번 프리뷰

차이코프스키는 누구인가

한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작곡가 중 베토벤 다음으로 많이 언급된다는 작곡가가 바로 차이코프스키이다. 러시아 슬라브 정서를 기반으로 한 러시아 음악은 한국인의 한의 정서와 많이 닮아 있기에 유독 러시아 작곡가의 곡들을 많이 찾는 것 같다. 차이코프스키는 라흐마니노프 보다 한세대 앞선 작곡가이다. 다만 라흐마니노프는 미국망명 이후 작곡가로서 그리고 피아노 연주가로서 상당한 부와 명성을 누리고 살아갔지만, 차이코프스키는 말년에 경제적 후원과 동성애 이슈 등으로 시달리다가 마지막으로 그의 최대 업적인 비창 교향곡을 작곡한 해 사망하게 된다. 그의 사망설에는 자살과 콜레라 등의 루머가 있는데 아직까지 의문의 죽음으로 남아 있는 것 같다. 이 피아노 협주곡 1번 역시 굴곡진 그의 생애처럼 작곡과 초연까지의 과정이 순탄하지 않았다. 이번 포스팅에서는 이 피아노 협주곡이 작곡된 배경과, 음악사적 의미 그리고 추천 앨범까지 소개 하도록 하겠다. 

 

 

차이코프스키 피아노 협주곡 1번 정보  

Tchaikovsky Piano Concerto No.1 Bb minor Op.23

■ 작곡시기: 1874 ~ 1875
■ 연주시간: 약 31분
■ 비고: 미국에서 초연
■ 악장:
  - 1악장: Allegro
  - 2악장: Andantino 
  - 3악장: Allegro 

 

작곡 배경 및 의미 

초연은 유럽이 아닌 미국

차이코프스키의 피아노 협주곡 1번은 특히 당시 모스크바 음악원의 관장이었던 니콜라이 루빈스타인이 초연을 해주기로 되어 있었다. 루빈스타인은 차이코프스키를 모스크바 음악원 교수로 발탁한 인물로 둘은 절친한 친구였다. 그러나 작곡가와 연주자의 협업은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흘러갔다. 차이콥스키가 완성된 협주곡을 루빈스타인에게 피드백을 요청했을 때 피아니스트의 반응은 작곡가가 기대했던 것과는 달리 혹평을 받은 것이다. 루빈스타인은 이 작품이 지나치게 어렵고, 구조적으로 결함이 있으며, 피아니스트적 탁월함이 부족하다고 격렬하게 비판했다. 그는 심지어 "연주가 불가능하다"라고 말하며 공연을 거부하기까지 하였다. 결국 이 곡의 연주는 루빈스타인이 아닌 당시 독일 피아니스트 한스 폰 뷜로에게 돌아갔다. 그리고 한스 폰 뷜로는 그의 미국 연주 투어에서 이 곡을 연주하고 공연은 대 성공을 거둔다. 초반의 우여곡절에도 불구하고 차이코프스키의 협주곡은 대성공하였고,  피아노 레퍼토리에서 가장 유명한 곡 중 하나가 되었다. 특히 차이코프스키 피아노 협주곡 1번이 미국에서 초연되었다는 사실에 미국인들은 엄청난 자부심을 느낀다. 그리고 차이코프스키의 일기장엔 다음과 같은 글이 남겨져 있다고 한다.(클래식이 이토록 끌리는 순간, 268p 참고)

미국 사람들이 러시아, 내 고향 사람들보다 내 작품을 더 잘 아는 것 같다.

화합의 정신

반 클라이번의 차이코프스키 콩쿨의 우승

미국인들이 차이코프스키에 대한 사랑이 반 클라이번이라는 위대한 아티스트의 탄생에 기여한 것 같기도 하다. 1958년 냉전 시대에서 러시아에서 개최된 차이코프스키 피아노 콩쿠르에서 미국인 피아니스트 반 클라이번이 우승한 것이다. 이 기념비 적인 사건과 반클라이번의 정신을 계승하기 위해 '반 클라이번 피아노 국제 콩쿠르'가 탄생했다. 반 클라이번 콩쿠르는 세계 제3대 콩쿠르인 차이코프스키 콩쿠르, 쇼팽콩쿠르, 퀸엘리자베스 콩쿠르와 버금갈 정도의 콩쿠르이며, 자랑스러운 선우예권, 임윤찬 피아니스트가 각각 2017년과 2022년 연달아 우승하면서 한국에서도 더욱 많이 알려지게 되었다. 

 

놀라운 사실은 냉전시대 였음에도 심사위원들이 당국의 압박에도 불구하고 실력과 결과대로 미국인 뮤지션을 선정하였다는 것이다. 에밀길렐스는 노동수용소로 끌려갈 것을 걱정했을 정도라 하였다. 그리고 반 클라이번에 대해 다음과 같은 평가를 하였다. 

 

소련의 거장들은 기계처럼 연주하는 자국의 피아니스트들보다 시골 텍사스 출신의 젊은이가 차이코프스키를 비롯한 러시아 음악을 깊이 이해하며 사랑하고 있음에 탄복하고 그를 우승자로 지목했다.
(이토록 클래식에 끌리는 순간 270p 참고)

 

반 클라이번은 미국의 영웅이 되었다.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당시의 러시아 민중에게 가혹하고 열악했던 시대적 삶처럼 약간은 슬프고 서러운 우리의 한과 같은 감정이 느껴지는 곡이라 생각한다. 그리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지막의 피날레에서는 승리를 외치는 것 같다. 반 클라이번의 우승은 바로 이와 같은 러시아 작곡가 차이코프스키의 의도가 미국인 피아니스트에 의해 재현된 것에 의미가 더 큰 것 같다. 

 

음반 추천 

01. 반클라이번, 키릴 콘드라신, RCA 심포니 오케스트라(1958년)
1958년 반 클라이번이 우승 직후 키릴 콘드라신을 초청해 카네기 홀에서 차이코프스키 피아노 협주곡 1번과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2번을 연주한 음반이다. 반 클라이번의 열정적이고 표현력이 풍부한 연주는 오케스트라의 역동적인 반주와 결합된 연주를 펼친다. 

반 클라이번 &키릴 콘드라신

 

02. 마르타 아르헤리치, 샤를 뒤투아, 로열 필하모닉(1980)

1980년 샤를 뒤투아가 지휘한 왕립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와 함께 녹음한 차이코프스키 협주곡에 대한 마르타 아르헤리치의 해석은 그녀의 기교와 감정적 깊이를 느낄 수 있다. 아르헤리치의 역동적이고 열정 넘치는 연주를 들을 수 있다. 

 

 

03. 예브게니 키신, 카라얀, 베를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1988)

당시 17세였던 키신의 베를린 필의 신년 전야 음악회 음반이다. 카라얀이 말년에 젊은 음악가들을 발굴하였는데 그 중의 한 명이 키신이고 덕분에 키신은 어린 나이에 세계무대에 콩쿠르 없이 데뷔하였다. 동시대의 피아니스트로 디지털 음반으로도 쉽게 구할 수 있다. 

 

카라얀과 키신

 


차이코프스키의 피아노 협주곡 1번은 고전적 화려함의 세계에 대한 장엄한 서곡이다. 이 협주곡을 잘 이해하기 위해서는 앞서 언급 하였듯이 작곡가의 고민과 시대적 배경이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 같다. 특히 작곡가의 시적인 사색이 특히 중요해 보인다. 다음번에 차이코프스키의 마지막 곡인 비창을 다룰 수 있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반 클라이번이 중간에 언급이 자주 되었는데, 반클라이번의 국제 콩쿠르의 다큐멘터리 영화인 '크레센도'도 절찬 상영 중이다. 해당 영화에서 반클라이번의 시대 정신과 비밀에 감춰져 있었던 콩쿠르와 연주자들의 생동감 있는 모습이 그려져서 참 흥미진진하다. 아울러 임윤찬 피아니스트의 우승에 다가가는 과정을 담백하게 표현한 것 같다. 특히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을 굉장히 고화질로 꽤나 긴 시간 동안 감상할 수 있어서 매우 좋았다. 강력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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